1차 총회의가 끝나고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은 바로 스토리라인 구축이다. 그 작업이 선행이 되어야 다른 작업이 시작될 수 있었다. 8월 10일 기획팀 회의가 진행되었다.

  주요 회의 내용은 스토리라인의 구축이었다. 하지만 나는 플래너님에게 스토리라인구축과 동시에 간단한 프로토타입을 만들어서 그 기획이 정말 유효한 기획인지를 알아내야한다고 건의했다. 다행스럽게도 플래너님은 내 의견에 어느정도 수긍을 해주었다. 하지만 아직 시간이 있고 지금은 스토리라인 이야기를 하러 모였기 때문에 나중에 이야기하기로 결론내렸다.

이번 회의를 통해 구성된 대략적인 스토리라인과 변경점은 다음과 같다.

1. 두 자매는 기억을 잃은 채로 알수 없는 미로에 갇혀있다.
2. 모종의 매개체를 통해 (나는 이것을 보석으로 설정하길 원한다.) 기억의 파편을 찾아 미로를 통과한다.
3. 그 끝은 어째선지 완전히 파괴된 천계. 두 자매는 이런 결말을 위해 여기 온 것이냐며 서로 싸우기 시작하고 결국 한 자매가 다른 자매를 살해한다.
4. 살해된 자매의 시체속에서 2의 매개체와 같은 물건이 나타난다.
5. 기억을 모두 되찾는다. 그 내용은 사실 두 자매 외에 다른 자매가 하나 더 있었고, 전에도 그 세 자매끼리 같은 미로에 갇혔다가(세 자매 사이의 불화로 천계가 멸망한 후, 죄책감에 스스로의 기억을 지우고 미로에 봉인되었다) 빠져나온 뒤에 한 자매가 다른 자매들에게 살해당했던 것이다.

  솔직히 막장스런 스토리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기에 꽤나 매력적인 스토리라고 느껴진다. 하지만 나는 또다른 문제를 제기했다. "샴의 미로"라는 제목과 스토리라인의 연관성이 옅었던 것이다. 문제를 제기하자 플래너님은 다음 회의때 까지 다른 적절한 이름을 생각해보라고 요구했다. 합당한 요구였기에 받아들였다. 당분간은 이 제목을 어떻게 붙일지 고민해야한다. 플래너님이 제시한 조건과 내가 생각하는 조건은 다음과 같다.

1. 스토리와의 연관성이 강할 것
2. 샴의 미로보다 기억하기 쉽고 발음하기도 쉬울 것

생각이 많아진다.



  한편 순조롭게 진행되나 싶었던 개발에 갑자기 문제가 발생했다. 나는 그래픽팀 겸 기획팀의 서브로써 기획팀의 기획안을 종합하여 기획에 맞는 그래픽이 완성되도록 그래픽팀을 보조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특히 참여도가 낮고 실력도 크게 좋다고 할 수 없는 한 팀원 (나는 솔직히 프로듀서님이 왜 이런 인원을 데리고 있는지 모르겠다.)을 전담마크하는 임무가 특별하게 부여되었는데, 그 인원이 왜 자기가 의심받고 전담마크 받아야하는지 모르겠다면서 새벽에 장문의 글을 남긴 것이다. 분명히 날 저격한 것이겠지.

  나는 그 글을 확인하자마자 그 인원에게 연락했다. 하지만 그는 "플래너님과 다투었으며 그 글 역시 내가 아닌 플래너님을 저격한 것이다."면서, "플래너님의 사과를 받기 전까진 개발팀에서 빠지겠다."는 말을 덧붙였다. 둘 사이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를 캐기위해 플래너님에게 직접 물어보았다. 하지만 플래너님은 요 근래에 그 인원과 일말의 연락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 인원을 잔류시킬지 퇴출시킬지는 나에게 맡기겠다고 한다. 내가 결정하면 그 결정을 토대로 프로듀서님께 건의하겠다는 것이다.

  한때 플래너를 지망했고 지금은 차기 프로듀서로 지목된 상황에서 이번 사건은 내게 주어진 일종의 시험과 같다.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이 인원이 잔류하는 쪽이 조금 더 편하다. 일거리가 적절히 분배된 상황에서 그가 떠나면 그가 맡기로 한 업무는 누구의 것이 되는가? 하지만 불화의 씨가 남아있다면 이는 분명 앞으로의 개발에 악영향을 끼칠것이다.

  나는 그 인원의 태도를 보고 결정하기로 마음먹었다. 그에게 다음과 같은 두가지 질문을 했다.
1. 구체적으로 플래너님과의 어떤 문제가 있는가?
- 사건 해결의 키포인트이다. 경험상 모든 개인간의 분쟁은 서로의 입장과 상황을 요약하고 정리하면 어떻게 해결해야할지 답이 나오는 법이다.
2. 저격글을 쓸 당시 어디서 어떤행동을 한 후에 글을 작성했는가?
- 이 인원의 진정성을 알아보기위해 던진 질문이다. 사실 나는 그때 이 인원이 어디서 무얼 했는지 알고있다. 혹시나 그 인원이 이 글을 읽을까 염려되어 어떤 것인지는 생략한다. 하지만 내가 교차검증까지 해낸 사실과 다른 내용의 답변이 온다면 이 인원의  진정성이 의심받게 될 것이다.

  진심으로 이 인원이 내가 알고있는 정답을 말해주길 바란다. 게임이 만들고 싶다면 누구든지 우리와 협력하여 게임을 만들 수 있다. 적어도 나는 그런 사람들에게 아낌없는 지지를 보내고자 한다. 하지만 그 사람이 우리 팀과 게임에 악영향을 준다는 응당히 퇴출되어야 한다. 이는 내게도 고통스러운 일이다. 더욱이 그 사람이 고등학교때부터 알고 지내던 친구라면 더더욱 그렇다.

  군 제대 후 반 강제로 한 1년의 휴학은 쏜살같이 흘러갔다. 그 사이에 다른 친구들은 벌써 게임을 2~3개씩은 개발하고 있었다. 그 사람들을 동경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내게도 기회가 왔다. 창업동아리에 가입한 것이다.

  나는 이 기회를 잘 살려서 가능한 한 많은 개발 경험을 하고자 한다. 그리고 개발 과정을 일기 형태를 빌려 기록하고자 한다. 나중에 보면 이불 뻥뻥 차는 창피한 글이 될 수도 있겠지만, 아마추어 개발자로써 이런 경험들을 하나하나 기록해 놓으면 개발에 있어서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어떤 점이 좋았는지를 알 수 있겠다 싶은 생각이다. 이 일지 하나하나가 미래의 내 무기가 되고 경쟁력이 되길 기대한다.




8월 8일 화요일 1차 총회의가 진행되었다. 기존에 만들었던 "샴의 미로"라는 작품을 리뉴얼 한다. 이 게임은 형편없다. (얼마나 형편없는지는 품평회 자리를 빌어 소개하겠다.) 나는 당초 회의에 참여하지 못할 상황이었기에 사전에 프로듀서와 플래너에게 나의 생각을 다음과 같이 일러두었다.

1. 2인 플레이 버리자
- 기능상 제약도 많고 참신하지도 않고 재미도 없었는데 그냥 버리자
2. 카메라 기능 강화하자
-화각기능과 관련아이템추가
    제한된 범위만 촬영가능
    아이템으로 촬영범위 확장
    체감난이도 상승 효과 기대
-셔터스피드 기능 추가
  대략적인 장애물의 위치 및 이동경로 파악가능
  전략적 플레이 기대
-필름 추가
  촬영 매수 제한으로 필름 관리 필요
  필름 아이템으로 촬영가능매수 증가
  (FPS의 총알과 같음)
3. 다양한 아이템을 추가하자
- 이삭의 구속처럼 랜덤하게
   운빨요소 추가
4. 게임 컨셉과 스토리를 통일하자
- 게임의 깊이감 증대

이 제안서를 작성하면서도 나는 당최 이 게임이 재밌다는 확신이 들지 않았다. 아니나다를까 돌아온 대답은 다음과 같았다.

"회의는 한 번만 하지 않는다. 애초에 팀을 나눈 것은 명분일 뿐 모두가 같이 기획회의에 참여한다."

나는 주재넘게도 단독의견을 플래너와 프로듀서에게 직접 피력했던 것에 불과했다.  시간이 흐르자 다행스럽게도 회의에 참석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졌다. 1차 총회의 때 모아진 결론은 다음과 같다.

1. 게임 방향을 추리퍼즐에서 러닝퍼즐로 전환한다.
-사진 시스템을 없애고 플레이어 1명이 두 캐릭터를 동시에 조작하여 특정 목표를 달성하는 타임어택류의 게임이 될 것이다.
2. 게임의 스토리라인을 구축한다.
-게임안에 튼실한 스토리라인을 구축하여 깊이감을 더하고 컨셉 잡는 작업을 용이하게 한다.
3. 스토리에 맞추어서 모든 그래픽요소를 뒤엎는다.
-특히 캐릭터는 여러 코스튬을 만들어서 게이머의 욕구를 해소한다.
4. 두가지 버전으로 개발한다.
-하나는 전시회에 출품할 버전으로 이 버전이 정식 버전이다. 다른 하나는 문화재 관련 기관에 제출할 버전으로 우리 문화재를 알리는 기능성게임이 될 것이다.
5. 이 모든 과정을 11월 초까지 완료한다.

  내 의견이 전체적으로 반려되었지만 이쪽 기획이 더 마음에 들었기에 별다른 반론제기를 하지는 않았다. 무엇보다 플래너의 성향이 게이머의 피지컬을 중시하는 성향이라 진입장벽과 난이도가 대단히 높은 게임이 될 것이라 예상해본다.

  개발 회의가 끝나고 프로듀서님이 나에게 한 가지 소식을 전했다. 내년부터 차기 프로듀서로 내가 지목된 것이다. 워낙 개발팀의 인원이 작다보니 그나마 학번이 높지만 1년 늦게 졸업한다는 점이 크게 작용한 듯 하다. 원래는 플래너 자리를 원했다. 내가 만들고 싶은 게임을 만들기를 원했으니까. 대단히 아쉽지만 나는 플래너 자리를 포기했다. 언젠가 해야할 일이라면 지금 경험해봐도 나쁘진 않을 것이다.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모르지만, 모든 경험 중에 헛된 경험은 없다던 시게루님의 말을 가슴에 새겼고, 수락했다.





  안녕 형들? 게임 좋아하는 거부기야. 지난번엔 '게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해봤지? 오늘은 '게임은 예술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준비했어. 만약 게임을 좋아하고, 또 게임을 만드는 형들이 있다면 '게임의 정의'와 함께 한 번쯤은 생각해봤을 문제지. 나름대로 답을 정한 사람도 있을 것이고, 아직 확답을 내리지 못한 형들도 있을 거라 생각해. 나는 그런 형들이 이 글을 보고 '게임'이라는 매체에 대해 좀더 이해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  그럼 시작할게!


그런데... 예술은 뭐지?


  게임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예술'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해보자! 예술의 사전적인 의미는 집어 치우고,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예술'이란 것에 대한 정의를 먼저 생각해보자! 예술이란 것은 미술이나 음악같이 뭔가 엄청 심오하고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무언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 그리고 이런 생각은 얼추 맞기도 하지. 나는 예술을 이렇게 정의하고 싶어.


"예술은 나의 생각을 어떠한 매체를 통해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행위이다."


이를테면 작곡가는 곡의 선율이나 멜로디를 통해 본인의 생각이나 느낌을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사람들일테고, 소설가는 글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사람들이겠지! 물론 정답은 없어. 하지만 나는 저게 예술을 설명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말이라고 생각해. 나 역시도 이 글을 통해 내 생각을 형들한테 전달하고 있으니까 예술활동을 하는 중인 거겠지?


그래서 게임은 예술인가?


  조금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나는 질문 자체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해. 내가 생각하는 정답은 '게임은 예술일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다.'거든. 아까 나는 위에서 '예술은 나의 생각을 어떠한 매체를 통해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행위'라고 정의했어. 그러니까 게임 = 예술이 성립하려면 게임을 통해 대중들에게 전달하고자 했던 기획자의 의도가 있으냐가 중요하거든. '콜 오브 듀티 : 모던 워페어 시리즈'(2007~2011/인피니티 워드 작품)를 생각해보자구!



  '콜 오브 듀티 : 모던워페어 시리즈'는 사람들 모두가 극찬한 작품이기도 하지(물론 모던워페어 3는 제외하자!) 탄탄한 구성과 '예술적인' 연출까지 어느하나 빼놓을게 없는 게임이야. 이 게임이 '갓겜'이라는 사실은 아마 모두들 인정할 걸? 그럼 생각해보자! 이 게임은 '예술'일까? 누구는 그렇다고 대답하겠지? 하지만 나는 아니야. 이 게임을 하면서 마음속에 느껴지는 제작진의 의도는 어떤 생각을 전달한다기 보다는 '우리가 이렇게 개쩌는 게임이야!'라는 것 정도? 결과적으로 개쩌는 게임이 되기는 했지. 하지만 그것 말고는 제작진의 의도가 있을까? 이 게임에는 세계평화에 대한 메세지도, 핵 미사일의 무서움도 느낄 수 없었어. 플레이 하는 내내 '와 멋있다!', '와 재밌다!'만 연신 외쳐대기나 했지. 나는 '콜 오브 듀티 : 모던워페어 시리즈'가 '예술적인 게임'이기는 해도 그 자체가 '예술'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아. 제작진의 의도가 없거든.




  그럼 다른 예를 들어보자! 이번에는 '스펙 옵스 : 더 라인(2012/다크 사이드 게임 스튜디오 외  2곳 작품)'이야. 이 게임은 불편한 조작감과 평범한 게임성을 스토리 하나로 밀어붙여서 '갓겜'까진 아니고 '명작' 급으로 만들었지. 이 작품은 처음엔 그저그런 흔한 액션게임이었다가, 주인공이 '백린탄'을 사용해서 민간인을 적으로 오인하고 폭격한 이후부터 그 진가를 발휘해. 게임이 진행 될수록 게임속의 주인공은 전쟁에 대한 고뇌와 죄책감에 수도 없이 시달리게 되지. 심지어는 "너는 민간인을 죽였다. 이제 만족스럽냐?"라고 '플레이어(!)'에게 묻기까지 하지. 흔한 액션게임처럼 생각없이 마우스를 휘둘렀다가 엄마한테도 듣기힘든 수준의 일침을 듣는게 이 게임의 포인트야. 이 게임을 통해 '스펙 옵스 : 더 라인'의 제작진들은 게임 속에서 너무 쉽게 살인을 저지르는 우리들에게 무언가 질문을 던져주고 싶었던 것이야. 물론 보기 좋게 성공했고. 명작이 되었지. 나는 '스펙 옵스 : 더 라인'이 바로 '예술'이라고 생각해. 우리에게 전달하는 바가 있거든.




  각각 '콜 오브 듀티 : 모던워페어 2'와 '스펙 옵스 : 더 라인'에서 플레이어들이 큰 충격을 느꼈던 장면이야. 민간인에게 총질을 하라고 시키는 게임이나, 플레이어에게 죽은 모자의 모습이나 모두 사람들이 충격을 느끼기엔 충분했어. 하지만 둘 중 어느쪽이 더 느끼는 바가 있느냐? 나는 주저없이 '스펙 옵스'쪽을 택할래. 어때, '게임 예술'에 대한 내 생각이 느껴지나? 헤헤.


그럼 예술적이지 않은 게임은 쓰레기인가?


  이 주제는 게임에만 국한되지 않고 음악, 영화, 문학 등 거의 모든 매체에 공통적으로 던져지는 질문인것 같아. 어떤 사람들은 아이돌 노래를 '예술적이지 않다.'라며 싫어하고, 어떤 사람들은 '엥? 어벤져스 그거 완전 저급 상업영화 아니냐?' 하기도 하지. 나는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을 굉장히 싫어해. 내 생각에 그 사람들은 단지 '허세'나 '허영심'을 부리는거에 지나지 않거든. 음악이든 영화든 게임이든 중요한건 '사람들을 즐겁게 만드는가?'이지, '예술적인가?'가 아니야. 게임이든 음악이든 영화든 모든 문화 컨텐즈의 제작자들은 사람들의 '삶을 윤택하게'만드는 것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그게 '문화'의 존재 의의가 아닐까? '콜 오브 듀티'도 순전히 '흥미와 재미(조금 나쁘게 말하면 상업적인 성공, 돈)'을 위해 개발 되었다고 해도 나는 그 게임을 재밌게 플레이했어. 그럼 된거야. 예술적인 게임이 아니라고 쓰레기가 아니라는 의미지. 게임뿐만 아니라 모든 문화 컨텐츠를 통틀어서 하는 말이야.




요약.

예술은 '내 생각을 어떤 매체를 통해 표현하는 것'이다.

게임은 '예술'인 게임도 있고 '상업'적인 게임도 있다.

어느 쪽이든 재미만 있으면 그만이다. 물론 마음속에 뭔가 남는쪽이 더 좋긴 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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